그리고 학기 초 근황.
우선 나의 글쓰기에서 일기랑 에세이는 구분이 참 어렵다. 그래서 우선 하나로 합쳤다.

최근 이석원씨의 <보통의 존재>라는 에세이를 짬짬이 보고있다. 상당히 특이하고 조금은 찌질해보이기도하고 감수성이 무척이나 예민한 사람같다.

요즘 턱걸이가 무척이나 재밌다. 우리학교 도서관 뒤편에는 특이하게도 철봉이 몇 개 나란히 있다. 가끔씩 가서 내 몸을 끌어올려보는데 시일이 지날수록 그 동작이 경쾌해지고 횟수가 늘어나 꽤 보람을 느낀다. 나만 이용하는 줄 알았더니, 사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며 턱걸이를 하고 있었고 대게는 나보다 잘했다. 하지만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 턱걸이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재밌어서 참 좋다. 단순히 몸의 건강만을 위해 런닝머신같은 재미없는 운동을 하고 싶진않다. 재미와 건강을 동시에 얻고 싶다. 배드민턴은 친구들과 주말에 치고 있고, 이제 자전거와 캐치볼에 도전할 차례다.

이번주부터 영어회화 수업과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다. 회화의 A.K 선생님은 친절하고 열성적이신 분 같다. (그런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서구문화권 사람들은 감정표현과 의사표시가 우리들보다 훨씬 뚜렷한 것 같다. ) 사실 수업 첫시간인 월요일에 수업후 선생님을 붙잡고 한시간동안 대화를 나눴다. 나는 물론 좋았지만, 귀중한 시간을 뺐은것 같아 조금 죄송스러웠다. 그리고 내 영어실력의 한계로 대화 중 조금 결례를 범한 것 같다.
글쓰기 수업의 경우 1교시 수업인 것을 2교시로 착각해서 원치 않게 놓치게 되었고, 어떻게 진행될지 아직은 잘 알 수 없다. Writing 담당이신 A.B선생님을 잠깐 뵜었는데, 약간은 재밌을 것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사실 내일 Summary Card 제출이 있고 공부하리라 다짐했던 과목들도 많았지만 지금 이렇게 근 한시간째 블로그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별로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건, 내가 포스팅을 즐기고 있고 바람직한 활동이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을 말이나 글의 형태로 구체화시키는 건, 단순히 생각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경험이 되는 것 같다. 타인에게 전달하는 말과 글은 내 자신의 자아와 생각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엔 나와 남을 위해서 되도록 말, 행동, 글쓰기에서 솔직해지려고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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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후 필기정리를 컴퓨터로 하기로 마음먹고, 5주동안 실천했다. 그 결과

(1)장점 - 손이 덜 힘들다. 서체가 단정하다. 공유 및 저장이 간편하다. 가끔씩은 수업 내용을 글로 잘 정리하며 잘 따라갈 수 있었다.

(2)장점처럼 보이지만 실은 단점으로 작용한 것들
- 교수님의 말씀을 거의 다 빼놓지 않고 받아 적을 수 있다. - 하지만, 그 덕분에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구분이 거의 되지 않는다. 실제로 필기파일을 인쇄해보니 빼곡한 글씨만 가득하고, 알아보기가 너무 힘들다. 그리고 손으로 적은 필기는 그 사이사이 비어있는 간격을 메우기 위해 머리가 상당히 동원되는데, 컴퓨터 필기는 그런 사고가 자리잡을 공간이 없다.

(3)명백한 단점
- 손으로 필기 하는 것보다 확실히 수업 중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실제로 한 시간 동안 필기를 열심히 하고 마치면, 머리가 멍해진다. 솔직히, 수업에서 무슨 내용을 다루는 지도 잘 모르겠는 경우가 있었다.
- 무게운 무게, 사실 이건 컴퓨터를 사용하는 게 확실한 효용이 있다면 별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 수업내용을 정리하기가 번거롭다. 컴퓨터 → 컴퓨터의 경우 ALT+TAP으로 왔다갔다해야하며, PPT자료라도 있는 수업일 경우 그 노동이 배가 된다. 컴퓨터 → 노트는 그 보다는 조금 낫지만, 여전히 두개의 내용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게 많은 신경이 쓰인다.
-  넷북의 작은 화면 때문인지 수업 필기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러 단점들 중 가장 큰 단점인거 같은데, 한 강의 내에서조차 수업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내가 지금 작성하고 있는 필기가 어떤 내용을 담는지를 알 수가 없다.
- 인쇄 및 보관의 불편함

(4)결론
컴퓨터로 하는 필기; 효용 < 손실
수업 중에서의 집중도&이해도 하락, 수업 후 필기 정리&리뷰의 어려움, 필기정리 후 여러 강을 하나로 묶어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단계에서의 과정의 어려움(인쇄, 파일 정리의 번거로움), 그리고 상상력의 저하 및 활발한 사고의 중지. 컴퓨터 필기는 이렇게 네가지의 어려움이 있었다. 2&3번은 도구의 불편함이라고쳐도, 1&4번은 공부본질을 방해하는 것이니까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비록 팔이 조금 아플지라도, 이번 학기 6개의 모든 수업의 필기를 예전처럼 손으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람은 목적이고, 기술은 도구일 뿐이므로 우리는 기술의 발전 중 긍정적인 부문만을 취하고 자율을 통해 기술의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지만 사람이 정말 그렇게 자율적인 존재인가?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기술의 변화란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막을 수 없는 쓰나미와 같다고 생각한다. 대응책을 함께 고민한다면 적어도 쓰나미를 피해 더 잘 달아나거나, 꽤 안전한 피난처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쓰나미 속에서 살아남는 것 만큼이나 예외적인 일이 될 것이다. 조금 염세적인 것 같지만, 그렇다고 내가거짓말을 할 수는 없지않나. 대부분의 개인들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라는 변화에서 제외되거나 포섭되거나 하는 길을 택하게 될 것이다. 다만 그렇더라도 디지털 세계를 만끽하는 도중에 잠깐 잠깐씩 이렇게 마음이 불편했으면 좋겠다. 그 불편함으로 나는 내 사고와 자아를 디지털 세계의 편리와 즐거움 속에서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그렇게 심각하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지켜본 주위 사람들은 모두 나차럼 이런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또 그걸 고민할 정도로 깊이 매몰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정감있고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우리들은 단지 서핑을 하고 있을 뿐이다. 계속 균형을 유지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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