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올해 봄에 읽은 책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글은 느낌과 이미지에 근거한 글이 될거야.
책을 읽을 당시에는 많이 공감하고, 또 기운이 나서 단숨에 읽어버렸는데 지나고 나니 그저 이 책에 시큰둥한 반응밖에 나질 않는다. 아마 저자가 서울대학교 교수라는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란게 내 맘에 들지 않았나 보다.
책 내용은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를 반반 섞어놓았다. 재밌게 읽는 와중에서도 몇몇 단락에서는 코웃음을 쳤는데 예를 들면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핑계에 대해서 中

다음은 내가 되도록 하지 않으려는 행동, 되도록 하려는 행동을 정리한 리스트의 일부다. 그대들에게 참고가 될까 하여, 실어보았다.

게임보다는 독서를,
인터넷 서핑보다는 신문읽기를,
TV 시청보다는 영화 감상을,
공상보다는 사색을,
수다보다는 대화를,
골프보다는 빨리 혹은 느리게 걷기를,
다이어트보다는 운동을,
사우나보다는 반신욕을,
늦잠보다는 피로를 푸는 토막잠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술을 택한다.

물론 일반적으로 전자보다는 후자가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는 나도 공감한다. (굳이 딴지를 걸자면, 우선 요즘 출판되는 책들중에서는 양서라 할 수 없는 것들이 적잖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내가 읽은 책 중에 자기 계발서가 많이 그렇다라구.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풀어가지 않고 비유투성이로 얼렁뚱땅 넘기고, 앞뒤 맥락없이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고, 그리고 동어반복에 결론은 상식적이고 상투적인 "열심히 노력하라" "자제력을 길러라" 로 끝난다. 대채 왜 읽는 거지? 요즘 내가 책을 진지하게 읽지 않긴했지만, 인터넷의 어떤 글들은 나에게 따끔한 자극을 주고 도움이 되기도 했다. "TV시청보다는 영화감상을" -TV시청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서, 그리고 영화는 주제의식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영화관이야 말로 도시의 시민들에게 최고의 도피처를 제공하는 게 아니야? 영화라는 매체가 물론 더 진지한 특징을 가지겠지만, 요즘엔 조금씩 더 이야기보다는 오락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 같고... TV냐 영화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무엇을 볼지 선택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 글에 나타난 태도는 너무 기능주의적이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내가 왜곡해서 보는 것 일 수도 있지만, 저자는 "나에게 도움이 안 되는 걸 내가 해 버리면 어떡하지?" 하고 이 글 뒤에서 벌벌 떨고 있는 것 같다. 필사적으로 술을 멀리하는 알콜 중독자 처럼. 마치 나처럼. 나는 저자가 정말로 즐기는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당신의 진짜 취미는 뭐요?"
(2~3년 정도 발행되었고, 지금은 웹진이 된 장르문학 잡지 "판타스틱"이 있다.  2007년 10월호 중 "울트라맨이야"라는 글에서 무엇이 기능주의적 사고이고, 그 사고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짧은 글안에 굉장히 설득력있게 담아놓았다.)

이 부분 외에도, 무엇인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많다. 어떤 말들은 너무 구태의연하고  진짜 저자가 꼰대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산게 속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게, 우선 여타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내용이 구체적이다. 글감을 모으느라 제법 고생했을것 같다. 읽을 활자수도 제법된다. 책도 제법 두껍고 글자가 무지막지하게 큰 것도, 여백이 넓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풀어놓는 얘기들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솔직한 저자다.

아! 내가 왜 이 책에 삐딱한 마음이 들었는지 진짜 이유가 생각났다. 저자는 이런 상식적인 얘기들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었고 상당한 인세를 벌었을 테다. 이게 맘이 안 드는거야... 하지만 이런 사람이 내 삼촌이라면 나는 이런저런 얘기들을 털어 놓을 것 같다. 아직 세상과 인생을 잘 알지 못하는 꼬꼬마들에게, 비록 관점이 삐뚤하거나 내용에 허점이 있다고는 해도 확고하게 형성된 세상얘기(우화)를 들려줄 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삼대가 함께 살았던 예전에 비해서 청소녀 청소년 청년들과 관계맺는 어른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없어도 너무 없다. 고민상담을 할 어른이 약간 과장을 해서 천연기념물만큼이나 희귀한 한국사회의 현실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책 값을 할만 할 꼰대의 잔소리 샘플 몇 개
좋은 학벌 믿고 게으르게 살지도 말고, 학벌이 안 좋다고 그저 좌절하지도 마라. : 직장생활과 사회에서는 공부이외의 것들이 중요하다. 공부와 시험성적은 좋은 출발 위치를 선점하기위한 딱 그 정도의 평가 지표일 뿐.

너희들 힘든거 다 아는데, 힘들다고 그만 좀 찡찡대고 어른답게 행동해라. 
+추가로 라디오에서 좋은 구절을 들었다. : 불안해하면서 시간을 허비하지말고, 공부하면서 자신을 발전시키기. 

사람에겐 자신의 삶을 구조화 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구속과 제한과 규칙이 필요하다.

전공은 기본이며, 전공이외의 것들도 공부하기. 당장 써먹을 때는 없지만, 두고 두고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기사 읽지말고 신문읽어라. 이 책 중 가장 구체적이고 쓸모있는 조언이다. 인터넷 기사는 어디까지나 흥미위주다. 그래서 스포츠, 연예, 예능, 가십이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거고. 신문에는 재미는 없지만 세상보는 눈을 넓혀줄 양질의 기사가 많다.

교수님을 찾아가라. : 실천이 어려워...

혼자 놀지 마라. 요즘 깨닫는다. 나도 혼자서 영화보기, 밥먹기, 여행, 쇼핑 등 많은 것들을 해봤다. 혼자하면 아주 조금은 외롭다.(밥 먹는건 많이 외롭다.) 그래서 요즘엔 혼자 영화보러 못 가겠다. 하지만 그 만큼 편하고 걱정없다. 여럿이 무엇인가를 하려면 우선 귀찮다. 서로 생각과 의견이 다르고, 많은 부분을 양보하고 조율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다투고 서로 맞춰나가는 게 삶인데. 

삶을 바꾸는 건 결심이 아니라, 연습이고 습관이다.

초조해하기 말기. "너는 아직 가능성이 무한하고, 살아갈 날들이 많으니까"
 따위의 이유가 아니라,
(적어도 나에겐 웃기는 소리다. 수많은 시간들을 허비해 왔고, 그 동안 특별히 이룬것은 없으며, 가진것은 더 없고, 생각과 마음이 비뚤고, 그렇다고 인간관계가 넉넉히 좋은 것도 아니고, 외모는 볼품없고, 어른으로서의 자질이나 지식이나 경험같은건 완전히 부족한, 나니까. 조각시간들을 허투로 쓰지않고, 있는 힘껏 뛰고 노력해야 겨우 서른다섯이나 마흔쯤 평균에 다다를 수 있는, 나니까. - 나 이런 사람이야.) 초조한 마음을 가지고 하는 일은 잘못될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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