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홍인혜
출판사: 달

아는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홍인혜씨는 '루나파크'라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일기형식의 카툰을 연재하고 있다.
나는 07년도부터 알게되어 심심할때마다 종종 들렀었는데, 작년쯤이었나, 외국생활에 대한 글이 연재가 되었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녀의 런던생활기가 에세이로 출간되었다.

지금 막 책을 덮고 드는 생각은 우선 '짧다'는 것. 책 읽는 속도가 느린 나인데도, 대략 네다섯시간만에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짧은 분량은 흠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에세이는, 특히 여행기는 독자들에게 너무 부담스럽게 다가와선 안되니까.
적절히 배치된 여백과 예쁜 사진 덕분에 수월히 읽을 수 있었다. 

내용에 있어선, 수록된 글 하나하나가 감성적이고 정감이 갔고, 또 그 중 따뜻한 글들도 더러 있었다.
떠나온 내용을 설명하는 처음 부분에선 그녀가 그렇게 훌쩍 떠날 수 있었던 게 부러웠고 시샘이 갔다.
중간쯤 읽으며 루나파크에서 그랬던 것처럼 참 소심하고, 또 친절하고 풍부한 감정을 지닌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소심한 사람이라 "맞아", "그래" 마음속으로 이렇게 되뇌이기도 했고. 플랏 옆 쓰레기장에 갇혔다 탈출한 이야기를 비롯한 우여곡절들은 한심하기도 했고 또 귀여웠다. 그리고 생각한게 "나만 멍청한 실수를 하는건 아니구나....=) "
마지막 부분에선 여행을 통해 성숙해진 생각들을 볼 수 있는데, 사실 그 중 몇몇은 일기장에 적을법한 결심들을 담고 있어서
'피식' 웃었다.

292p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그게 돈 버는 데 무슨 소용' 하는 생각 따위는 접고 배워야겠다. 물론 저축도 꾸준히 해나가야겠다..."

어느 순간부터 느낀 거지만 삶에서 통용되는 진리들은 정말 소소하고, 어찌보면 유치한 말로 밖에는 표현될 수 없는 것 같다.

"...그의 해바라기 앞에서 난 전혜린의 글을 생각했고, 나를 생각했다. 결국 더 뜨겁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229p)
"조금 더 자주 산책하고 음악도 들어야지"
"작고 사소한 일에 성실하기"                        등등..

황인혜씨가 "행복은 프리즘"이라고 얘기했듯이, 나도 책을 읽는 내내 그녀가 많이 부러웠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그림을 통해 능숙하게 전달 할 수 있다는 것, 영국에서 생활했다는 것 그 자체, 여러모로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것, 풍부한 감정을 가졌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부러웠다.

그처럼 나도 훌쩍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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